“카메라만 믿는 테슬라, LiDAR는 왜 안 쓸까?” 자율주행 센서 전략의 승부수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차량이 주변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하느냐는 핵심 기술이자 기업별 전략 차별화의 지점이 되고 있습니다. 구글 웨이모(Waymo), GM 크루즈(Cruise) 등은 레이저 기반 거리 측정 기술인 LiDAR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반면, 테슬라는 Vision-only, 즉 고해상도 카메라와 인공지능만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겠다는 독특한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과연 이 전략은 현명한 선택일까요, 아니면 위험한 도박일까요?

Vision-only 전략과 LiDAR 방식의 차이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는 레이저 빛을 발사해 반사된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주변 물체까지의 거리와 형상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기술입니다. 빛의 속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인식 정확도가 높고, 어두운 환경이나 복잡한 도로 구조에서도 안정적인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웨이모와 크루즈가 LiDAR를 핵심 센서로 선택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정밀성과 안정성입니다.

반면 테슬라는 LiDAR 대신 고해상도 카메라를 이용한 Vision-only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차량에 장착된 여러 대의 카메라가 도로를 360도로 촬영하고, 이를 AI가 실시간 분석하여 도로 상황을 판단합니다. 엘론 머스크는 “인간 운전자도 두 눈으로만 운전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카메라와 AI만으로도 인간 이상의 인식 능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Vision-only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첫째, 하드웨어 비용 절감입니다. LiDAR는 개당 수천 달러에 이르는 고가 장비이지만, 카메라는 훨씬 저렴합니다. 둘째, 대량 생산과 유지보수 측면에서 효율적입니다. 셋째, AI 학습을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인식 능력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카메라는 빛과 날씨 조건에 민감하기 때문에, 눈, 비, 안개, 역광 환경에서 성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LiDAR를 거부하는 이유와 리스크

테슬라의 LiDAR 거부는 단순한 비용 절감 이상의 전략적 판단입니다. 첫째, 하드웨어 의존도를 낮추고 소프트웨어·AI 중심의 기술 발전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입니다. LiDAR에 의존하면 센서 하드웨어의 성능 향상 속도에 발목이 잡힐 수 있지만, Vision-only는 AI 알고리즘과 데이터셋 개선만으로도 지속적인 성능 향상이 가능합니다.

둘째, 글로벌 시장 확장 전략과도 연결됩니다. LiDAR는 부피가 크고 장착이 까다로워 차량 디자인에 제약을 주며, 장비 수급이 국가별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Vision-only는 이러한 제약이 적어 대규모 양산과 글로벌 판매에 유리합니다.

그러나 이 전략에는 분명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복잡한 도심 환경, 돌발적인 보행자나 자전거 등장, 신호등 고장 등 예외 상황에서는 카메라 인식만으로는 완벽한 대응이 어렵습니다. 특히, 눈이나 비가 심한 날, 또는 야간 시야가 불량한 상황에서는 LiDAR가 더 안정적인 인식 성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Vision-only 방식이 이러한 환경에서 잦은 오류를 보인다면, 소비자 신뢰에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미래의 센서 전략, 혼합형으로 가나?

업계 일부에서는 Vision-only와 LiDAR가 대립 구도가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차, 도요타 등 일부 제조사는 카메라, LiDAR, 레이더를 모두 사용하는 ‘센서 퓨전(Sensor Fusion)’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센서가 각자의 장점을 살려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는 접근입니다.

테슬라가 Vision-only 전략을 당분간 유지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특정 환경에서 LiDAR나 다른 센서를 보조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규제 기관이 특정 수준의 안전성을 요구하거나,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 신뢰 확보가 중요해질 경우 센서 구성 변경이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결국, 센서 전략의 정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비용, 성능, 확장성, 규제, 소비자 신뢰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테슬라의 Vision-only 전략이 ‘혁신’으로 남을지, ‘고집’으로 남을지는 향후 5년간의 시장 반응과 기술 발전 속도가 판가름할 것입니다.